자면서도 느낄 만큼 몸이 뻐근했다. 가위에 눌린 것처럼 답답한 느낌은 비단 저를 짓누르는 녀석 때문만은 아니었다. 성준수는 간밤에 한껏 시달린 탓에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는 육체를 어떻게든 가누려 애썼다. 알몸으로 들러붙은 녀석의 몸을 밀어내다, 비키라고 찰싹거리며 등을 때렸다. 어제 침대에서 사용했던 도구들(!)을 덜 정리했는지 손에 자꾸 길쭉한 것이 감기자 성준수는 신경질적으로 그것을 뿌리쳤다. 이불이 들썩일 정도로 여러번 치워냈는데도 그것은 짓눌린 매트리스를 따라 굴러오는지 자꾸만 손에 감겼다. 아니, 성가시게 뭐야? 기어코 참지 못한 성준수가 보드라운 털뭉치 같은 것을 손에 휘감고 거칠게 당겼다. 동시에 저를 안고있는 몸이 파드득 놀라며 소리쳤다.
"먀아아악!"
뭔, 뭐? 순식간에 잠이 달아난 성준수가 이불을 들춰내고 가당찮은 소리를 낸 이를 보았다. 다리를 가지런히 모아 소중이를 가리고, 아마 제가 잡아뜯으려 했던 털뭉치를 움켜쥔 전영중이 놀란 눈으로 쳐다보았다. 머리 위에는 언젠가 제게 씌웠던 매니악한 동물 귀가 납작하게 올라가있었다.
"너 뭐하냐?" "먀아?" "이 씹...... 하지 마라." "먀아, 냐!" "하지 말랬다. 지금 그럴 기분 아니니까."
미친놈이 아침 댓바람부터 컨셉질이야. 느닷없는 고양이 울음소리 어택에 짜증이 난 성준수가 미간을 구기며 말했다. 덩달아 눈썹을 구긴 전영중이 탁 소리가 나도록 털뭉치인지 꼬리인지로 매트리스를 때리더니 소리쳤다.
"매오오오오옹!" "그만 하랬잖아, 이 새끼야!"
철썩!
솥뚜껑같은 손바닥에 얻어맞은 뺨이 발긋하게 부었다. 부엌에서 얼음주머니를 만들어 나오던 전영중이 거실에 앉은 성준수를 보더니 흥, 콧방귀를 뀌고는 그대로 지나쳤다. 일련의 동작을 보는 성준수도 심란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침대에서 경험한 스페셜 이벤트로 인해 전영중의 정수리와 엉덩이 가운데 달린 저것의 정체는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다. 고양이 귀꼬리잖아....... 왜 저딴 게 달려있냐고....... 하아아아. 한숨을 길게 내쉬고 얼굴을 쓸어봤자 바뀌는 건 없었다. 전영중의 정수리에 달린 것은 납작해져 기분 나쁘다는 티를 팍팍 내고 있었고, 꼬리뼈에서 연장된 짐승의 그것은 정말 살아있는 것처럼 살랑였다. 그게 문제였다. 바지 안에 넣을 수도 없이 툭 튀어나와 강제로 속옷과 바지를 내려입게 된 탓에 성준수는 전영중이 뒤를 돌 때마다 그의 튼실한 둔근과 엉덩이골을 볼 수밖에 없었다. 보려고 의도하지 않아도 높이가 딱 맞아버렸다. 아주 불행하게도. 솔직히 기분 나쁘다. 벗은 것도 아니고 입은 것도 아닌 어정쩡하게 벗겨진 모습. 고무줄로 살짝 눌린 엉덩이살과 그 사이 위치한 골은 시각적 불쾌감을 유발했다. 이래서 불쾌함의 골짜기란 말이 생겼나 보지.
"가만히 좀 앉아있어라, 영중아." "와우웅." "웬만하면 말도 하지 말고 얻다 적어. 문자하거나."
그러나 엉덩이보다 더 심각한 게 저 되도 않는 고양이 어였다. 잠에서 깬 직후, 아마 저 귀때기가 달린 순간부터 전영중은 인간의 언어를 뱉지 못했다. 가! 나! 다! 라! 발음기관을 본떠 세종대왕님이 만드신 훌륭한 언어를 왜 똑띠 내뱉지 못해! 그러면 전영중은 와, 오 아, 아아아애애애앵! 하고 성난 울음을 내뱉었다. 195cm짜리 울림통이 달린 중저음의 울음소리는 파괴력이 상당했다.
"저주받은 거야, 인마. 맨날 되도 않는 컨셉플레이를 해대니까 벌 받은 거 아냐!" "와오오오오......." "뭐! 내가 틀린 말 했어? 저딴거 갖고와서 한 번만 해달라고 할 때부터 이럴 줄 알았다." "매애앵! 매오오오오오!" "아 시끄러! 말도 못 하는게 자꾸 말대꾸나 하고!" "왜아아아아아앙!"
조용히 하라 해서 순순히 따를 전영중이 아니었다. 영문도 모르고 뺨을 얻어맞은 것도 억울한데 구박까지 해? 누군 좋아서 이 꼴인 줄 알아? 나도 남편 앞에서 엉덩이 다 드러내며 다니고 싶지 않아! 나도 지성인이고 인권이 있는 사람이야! 성준수가 알아듣지 못해도 냥냥거리며 하고 싶은 말을 쏟아냈다.
*사벽님의 이 트윗을 보고 썼습니다 (죄송합니다 이딴 글……)